



보성군 벌교읍 소화다리(부용교)는 벌교천 위에 놓인 철근 콘크리트 다리이며, 이름 자체가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간직하고 있다. 소화다리(昭和橋)라는 명칭은 1931년 일제강점기 소화 6년에 건립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일본인이 벌교 지역을 개발하면서 만든 교량 중 하나로 본래 명칭은 부용교이다.
당시에는 최첨단 건축기술인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된 다리로, 쌀, 해산물 등의 수탈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물류 이동 경로로 활용되었으며, 벌교천 위에 놓인 낡은 다리는 이 땅의 근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장소이다.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인 진압됐을 때도, 1950년 6·25 전쟁 때도 좌, 우로 나뉜 이념 속에서 수많은 이들의 총살이 이 다리 위에서 행해졌다.
소설 태백산맥 속 “소화다리 아래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허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겄구만이라, 사람 쥑이는 거 날이 날 마도 보자니께 환장 허겄구만요.” 구절은 당시 있었던 처참함을 보여준다. 소화다리에서 상류로 올라가면 소설에서 염상진이 지주들에게 빼앗은 쌀을 소작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쌓아 놓았던 홍교가 나온다, 소화다리에서 홍교까지는 거리로 약 600m, 도보로 약 10분 거리이다.
현재 보존상태는 차량 통행은 제한됐고 보행자 전용 다리로 유지 중이며, 석조 아치 구조로 지어진 이 다리는 당시 건축기술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최근엔 다리 난간과 조형물들이 새롭게 꾸며져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으나 현지 안내판과 문학길 코스로, 벌교의 역사·문학·아픔을 기억하는 역사적 의미 강조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