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원쉬엔 장편소설 '건냐오의 백합계곡'. 한 소년의 성장과 사랑, 자연의 경이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세계적인 대표작이다. 사진=전라남도교육청 벌교도서관
▲ 국내에 번역·출간된 차오원쉬엔의 주요 도서 모음(광주 산수도서관소장). 그의 작품들은 어린이문학을 넘어 인생과 사랑의 감성을 전한다. 사진=문희옥

문학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다리다. 이 연재는 그런 문학의 힘을 따라 다양한 작가의 세계와 서사를 천천히 걸어가며 마음의 풍경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과 고민, 그리고 시대적 배경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과 성찰을 이끌어 낸다. 문학이 던지는 사유의 질문과 언어의 따뜻함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문학산책’의 첫 출발점은 중국 대표 문인 차오원쉬엔(曺文軒)이다. 세계가 인정한 아동·청소년 문학의 거장인 그는 ‘3대가 함께 읽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세대·문화·연령을 초월한 감성을 담은 서사를 선보여 왔다.

1954년 강소성에서 태어난 차오원쉬엔은 현재 베이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수십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작가다. 대표작 ‘청동 해바라기’, ‘빨간 기와’, ‘사춘기’ 등은 자연을 배경으로 청소년기의 성장·상처·사랑·인간애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한국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삶의 고비가 우리 자신의 경험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랑의 서정성을 담은 ‘건냐오의 백합계곡’은 소년 건냐오가 붉은 천에 적힌 “도와줘요”라는 문장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짧은 문장은 건냐오의 인생을 바꾸고, 미지의 공간인 백합계곡을 향한 여정으로 이끈다. 국화언덕, 도시로 향하는 길, 마지막에 도달하는 백합계곡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건냐오의 감정과 성장에 반응하며 움직이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존재한다.

여정의 중심에는 사랑이 자리한다.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 즈옌, 순간의 설렘을 남긴 츄만, “나처럼 되지 말라”는 조언으로 다시 길 위에 세운 진즈까지, 세 가지 유형의 사랑은 소년을 흔들고 성장시킨다. 사랑의 기쁨과 아픔, 기대와 상실이 차오원쉬엔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흐른다.

건냐오가 집을 떠난 뒤 만난 노승, 애꾸눈 노인, 반진 선생 같은 인물들도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이들은 말없이 ‘사람은 사람을 통해 살아가고 다시 일어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건냐오의 백합계곡’은 빠르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천천히 읽을수록 삶에 남는 것이 깊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얼굴, 그리움이 남는 장소, 마침내 도달하고 싶은 꿈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갈림길에 서 있거나 마음 한쪽이 허전할 때 차오원쉬엔의 문장을 만난다면 이 소설은 독자에게 따뜻한 손을 건넬 것이다. 백합계곡에서 울음을 터뜨리던 건냐오처럼 독자의 마음도 어느 순간 따뜻해질 수 있다.

[보성에서의 문학산책] 다음 편에서는 ‘도련님’, ‘명암’, ‘갱부’ 등으로 일본 근대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를 소개한다. 유머와 냉소,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소세키의 작품 세계를 통해 또 한 번 마음의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