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잎이 펼치는 세상
봄의 문턱에서 만나는 생명의 숨결

긴 겨울의 시간을 지나, 보성의 들녘과 마을 어귀마다 연두빛 기지개가 시작됐다. 얼어붙었던 대지는 서서히 숨을 고르고, 작은 새순 하나를 밀어 올리며 조용히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아직은 여리고 작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일 단단한 생명력이 움트고 있다. 매서운 바람을 견뎌낸 끝에 돋아난 잎사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고.
양지바른 언덕과 담장 아래,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것은 매화다. 가지마다 팝콘처럼 터진 하얀 꽃잎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바람결에는 은은하고도 고결한 향기가 실려 온다. 잠시 그 아래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맑아진다.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일상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다. 봄은 멀리서 오는 계절이 아니라, 이렇게 향기와 빛으로 우리 곁에 스며드는 시간이다.
특히 봄이면 보성군 곳곳의 들판과 산자락은 더욱 선명한 색으로 되살아난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자연은 연두빛으로 숨을 고르고, 마을 어르신들의 발걸음에도 어느새 생기가 돈다. 초록은 단지 하나의 색이 아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이며, 삶을 향한 다짐의 빛깔이다.
회색빛 도시에 지친 마음도 작은 풀잎 하나에서 위로를 얻는다. 가지 끝에 맺힌 꽃망울, 길가에 고개 내민 새싹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봄’을 만난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집 앞 화단, 마을 길섶, 밭둑의 초록에서 이미 봄은 시작되었다.
초록잎이 펼치는 세상은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하고 힘있게 우리 곁에서 새로운 희망을 열어간다. 그리고 그 봄은 오늘도, 가장 먼저 우리의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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