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태백산맥 문학거리 입구에 문학거리 안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골목길과 주변 건물이 어우러져 벌교 문학거리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문금주
벌교 보성여관 내부에 나란히 놓인 고무신과 전통 한옥의 목조 구조물이 옛 생활공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문금주
벌교 부용산 데크길을 따라 산책객이 걷고 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진 데크길과 휴게시설이 어우러져 도심 속 산책 공간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문금주
부용산에서 바라본 벌교 도심과 주변 산야의 전경.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벌교 시가지와 들녘, 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져 있으며 멀리 벌교만의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문금주

가을이 깊어지면 벌교의 시간은 더욱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부드러운 가을 햇살이 골목과 오래된 건물 위로 내려앉고,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갈 때마다 벌교의 풍경에는 아련한 계절의 색이 더해진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벌교를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과 골목길 곳곳에서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붉은 벽돌의 옛 금융조합을 지나 보성여관에 이르면 나란히 놓인 고무신과 오래된 건물이 어우러져 아득한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문학거리의 골목길에도 가을은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따뜻한 햇살, 한적한 골목의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걷는 이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부용산 데크길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체육공원에서 충혼탑을 거쳐 부용정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가볍게 걸으며 가을 풍경을 즐기기에 알맞다. 천천히 걷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몸과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충혼탑에 다다르면 벌교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래로 흐르는 벌교천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홍교와 소화다리, 멀리 이어지는 경전선 철길과 벌교항, 중도방죽의 갯벌과 갈대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을 오후의 벌교는 햇살이 기울수록 더욱 깊은 빛을 낸다. 갈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은빛 물결을 만들고, 해 질 무렵이면 하늘과 갯벌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지며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풍경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면 바쁜 일상 속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까지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문학의 흔적을 따라 걷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부용산에 오르고, 노을빛 벌교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

벌교의 가을은 특별한 무엇을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걸어보라고, 잠시 쉬어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올가을, 마음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싶다면 문학과 역사, 자연이 함께하는 벌교의 길을 걸어보자.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벌교의 이야기가 어느새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