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 했던 한 사람의 고집스러운 선택. 유쾌하지만 가볍지가 않은 고전 '도련님'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라남도교육청 벌교도서관 소장도서. 사진=문희옥
도서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주요 작품들. 사진은 광주산수도서관 소장도서들이다. ‘도련님’을 비롯한 그의 소설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사진= 문희옥

일본 근대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영문학자였던 나쓰메 소세키는 개인의 양심과 자존, 그리고 사회 속 인간의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가다.

1867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교사로 재직하다가 1900년 문부성의 명으로 영국에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나 제도와 타협하지 못하고 교수직을 내려놓은 뒤,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해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박사학위 수여도 거절했던 그의 선택에는, 자기본위에 투철한 개인주의자로서의 신념이 담겨 있다.

신문 연재를 통해 발표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 후’, ‘문’, ‘행인’, ‘마음’ 등은 일본 근대인의 내면을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들이며, 그중에서도 대중성과 문제의식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 바로 ‘도련님’이다. 그는 1916년 마지막 작품 ‘명암’을 집필하던 중 위궤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9세였다.

■ 시대를 넘어 살아 있는 이야기, ‘도련님’ 줄거리와 감상

도련님은 1900년대 초 일본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도쿄 출신의 젊은 교사 ‘도련님’은 정의롭고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눈앞의 이익보다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며, 계산보다 양심을 앞세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작품 속 학교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위계가 분명한 조직, 책임을 회피하는 관리자, 아부로 살아남는 동료 교사, 그리고 침묵을 선택하는 이들. 도련님은 그 속에서 끝내 타협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 ‘세상 물정 모르는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여기서 ‘도련님’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정직함을 지키려다 손해를 보는 사람, 순수함 때문에 고립되는 인간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소세키는 이 이야기를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유머와 풍자를 통해 읽는 이를 웃게 만들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조직은 누구를 보호하는가? 정의로운 개인은 어디까지 버텨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일본 근대의 학교를 넘어, 오늘의 사회와 직장, 그리고 우리 일상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 독자에게 권하는 이유

‘도련님’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읽는 재미가 분명한 작품이다. 동시에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도련님처럼 느껴본 적이 있다. 옳다고 믿는 선택이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되는 순간, 말하지 못한 채 삼켜야 했던 진심의 기억 말이다.

이 작품은 연세대학교 교수들이 선정한 ‘필독서 200선’ 문학분야 목록에도 포함된 세계문학 고전이다. 이는 ‘도련님’이 단지 시대적 배경이나 국적을 넘어, 인간과 조직, 양심과 타협의 문제를 보편적으로 탐구하는 가치 있는 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교사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학교라는 공간의 익숙한 얼굴을 떠올리게 하고, 일반 독자에게는 조직과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작품은 특정 직업군을 넘어, 누구에게나 자기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고전이다.

[보성에서의 문학산책] 다음 편 예고

다음 연재에서는 한국 문학으로 시선을 옮긴다.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강. 노벨위원회는 그가 국가 폭력과 침묵 속의 고통을 끝까지 응시해 온 작가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음 편에서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제주 4·3을 둘러싼 기억과 침묵, 그리고 문학이 끝내 놓지 않는 윤리적 질문을 함께 살펴본다. 역사가 밝히지 못한 자리에서,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