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을 이어온 물줄기가 낙안 들판을 가로지르며 오늘도 조용히 흐른다.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과 오봉산에서 내려온 물은 상송저수지에 모이고, 벌교읍 징광산의 물은 징광저수지를 채운다. 여기에 제석산 자락의 물줄기까지 더해지며, 이 물들은 낙안 들판을 지나 마침내 하나의 벌교천으로 모여든다.
하나가 된 물길은 ‘홍교’와 ‘소화다리’, ‘벌교철다리’를 차례로 지나며 수많은 시간을 품는다. 바다와 강이 만나던 시절, 꼬막배가 오가며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곳이다. 사람과 물, 생업과 역사가 함께 흐르던 풍요의 기억은 지금도 물길 곳곳에 남아 있다.
벌교천은 이제 ‘중도방죽’을 따라 한결 잔잔한 흐름으로 바다를 향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날, 중도방죽 갈대밭을 걷다 보면 갈대들이 서로 부딪히며 낮은 속삭임을 건넨다. 이곳은 빠르게 스쳐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이다.
이 물길의 끝자락은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장양항을 중심으로 2027년까지 진행 중인 ‘갯벌 생태계 복원사업’은 염생식물 군락지와 탐방로를 조성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해양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바다 위로 놓이는 767m 길이의 생태탐방로는 사람과 바다를 잇는 새로운 축이 될 전망이다.
널판지로 만든 뻘배에 몸을 싣고 갯벌을 일궈왔던 선조들의 지혜는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공존해온 삶의 방식은 벌교 물길의 또 다른 역사이자 자산이다.
낙안에서 벌교까지, 산에서 시작해 바다로 이어지는 천년의 물길.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과 사람을 품는 대지가 만나 벌교천은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 그리고 그 흐름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일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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