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군 벌교읍을 가로지르는 홍교는 단순한 돌다리가 아니다. 조선시대 교통과 상업의 중심이었고, 오늘날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이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이해하는 핵심 공간이다. 역사와 문학이 한곳에서 만나는 이 다리를 따라 걸으면 벌교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펼쳐진다.
- 보성 벌교 홍교는 어디에 있으며 언제 세워진 문화재인가?
홍교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조선시대 석교이다. 현재의 기록으로는 1705년(숙종 31) 처음 세워졌으며 당시에는 ‘단교(斷橋)’라 불렸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최근에는 홍교의 창건 주체를 둘러싼 새로운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유산 자료와 보성군 자료는 선암사의 초안선사와 습성대사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벌교향토문화연구소는 박사형의 「낙안군단교비문」을 근거로 주암면 대광리의 폐사 대광사와 초안선사·성습스님이 최초 창건 주체였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주장은 대광사지와 비문 원문, 후대 중수비, 도선국사 창건설 등 여러 사료를 종합적으로 비교·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향후 학술적 검토가 이루어질 과제로 남아 있다.
- 홍교를 통해 알 수 있는 벌교의 역사와 시대상
홍교는 당시 벌교가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남해안 해상교통과 상업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비문에는 상선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갯벌 때문에 농사보다 시장과 상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홍교 주변에 시장이 형성되고 ‘벌교’라는 지명이 정착된 과정도 이러한 역사와 연결된다.
현재 우리가 보는 홍교도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부가 훼손되었고, 1981년부터 1984년까지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거치면서 기존의 세 개 홍예 뒤로 새로운 홍예가 이어졌다. 현장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시대 원형과 1984년 이후 복원된 구간의 연결부를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차이는 홍교가 살아 있는 문화유산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흔적이다.
- 『태백산맥』의 제목은 왜 홍교에서 시작되었는가?
소설 제1권에서 김범우는 홍교 한가운데 멈춰 서서 북쪽 산줄기를 바라본다. 징광산과 금산, 조계산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지리산과 소백산을 거쳐 거대한 태백산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벌교의 작은 산들이 거대한 태백산맥의 한 잎사귀와 같다고 말한다.
조정래가 이 장면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단순한 지리 설명이 아니다. 작은 벌교에서 일어난 갈등과 삶이 결국 한반도 전체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백산맥』이라는 제목은 거대한 산맥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벌교라는 작은 공간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역사 인식을 상징한다.
- 소설 속의 빨치산들은 왜 끝까지 벌교를 무대로 싸웠을까?
벌교는 소설『태백산맥』에서 빨치산 활동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공간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유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벌교는 장터와 포구가 발달한 지역으로 농민과 노동자, 어민이 많이 살았으며, 빨치산들은 주민들의 생활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민심을 얻는 것이 군사적 승리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주민들이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살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 『태백산맥』 제4권에 등장하는 홍교의 쌀가마 사건이다. 설을 앞두고 빨치산들은 홍교 위에 쌀가마를 쌓아 놓고 “벌교 인민 여러분, 이 쌀을 고루 나누어 설을 쇠십시오.”라는 글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식량 지원이 아니라 “우리는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정치적·상징적 메시지였다.
마감하는 말
홍교는 돌로 만든 다리이지만, 그 위에는 300여 년의 역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겹겹이 쌓여 있다. 조선시대 상인과 나그네가 건너던 다리는 오늘날 문화유산이 되었고, 『태백산맥』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홍교 창건의 주체를 둘러싼 새로운 연구와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더욱 축적된다면, 홍교는 단순한 보물을 넘어 벌교의 역사와 문학,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함께 품은 살아 있는 역사 현장으로 더욱 큰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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