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작은 섬 장도(獐島)가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노루를 닮아 이름 붙여진 이 섬은 오랜 세월 여자만의 너른 갯벌을 터전 삼아 참꼬막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한때는 1,300여 명의 주민이 북적이며 풍요를 누렸으나, 환경 변화로 인한 꼬막 생산량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섬의 활력은 예전만 못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국화와 작약 향기가 번지며 마을에 따스한 온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보성시니어클럽이 2025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장도 꽃섬 만들기 프로젝트’는 섬의 풍경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삶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 사업은 섬 내 유휴지에 계절 꽃을 식재하여 산책로와 포토존을 조성하는 생태관광 프로젝트다. 단순히 경관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꽃밭을 가꾸는 일자리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소속감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미 부수마을과 대촌마을 어르신들은 국화 재배와 꽃길 조성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가을 만개한 국화꽃을 보며 “손으로 직접 가꾸니 섬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평생 뻘배를 타고 갯벌을 누비던 거친 손마디가 이제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예술가의 손길로 거듭난 셈이다. 이는 노인 일자리 창출이 단순한 노동을 넘어 지역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찬숙 보성시니어클럽 관장은 “장도는 어르신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소중한 터전”이라며 “어르신들의 정성으로 만든 이 꽃섬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유산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꼬막의 섬에서 꽃의 섬으로 탈바꿈하는 장도의 도전은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꽃들이 여자만의 물결과 어우러질 때, 장도의 새로운 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