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과 돌담에 둘러싸인 취송정 본채. 부드럽게 치켜 올라간 팔작지붕과 탁 트인 누마루가 조선 후기 별당형 정자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진=문희옥
취송정으로 들어가는 솟을대문과 양옆의 행랑채. 가운데 지붕을 높여 출입구를 강조한 구조에서 전통 가옥의 격식과 공간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문희옥
취송정 돌담 아래에 마련된 해자형 배수시설. 비가 내릴 때 물을 집 밖으로 흘려보내 건물과 마당을 보호했던 옛사람들의 생활 지혜가 돋보인다. 사진=문희옥

벌교 고읍마을의 돌담길을 걷다가 높다란 대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문 안쪽에는 세월을 품은 고목과 단정한 정자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조선 후기 선비의 정신과 생활문화를 간직한 ‘취송정’이다.

  1. 어디에 있는 어떤 문화재인가?

취송정(翠松亭)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고읍리 순천박씨 집성촌에 있는 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다. 박기진이 1787년(정조 11)에 세운 별당형 정자로, 본채와 조금 떨어져 손님을 맞거나 학문과 풍류를 나누던 사랑채 역할을 했다. 취송정의 대문과 돌담, 본채는 취송정이 정자 한 채가 아니라 전통적인 생활공간으로 구성됐음을 보여준다.

  1. 미리 알고 가면 더 잘 보이는 정보는?

취송정은 앞에서 보아 3칸, 옆에서 보아 3칸 규모다. 왼쪽에는 방 한 칸, 오른쪽에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사방을 트이게 만든 누마루 두 칸이 있다. 방 위에는 나무를 바둑판 모양으로 짠 ‘우물천장’, 누마루에는 지붕을 받치는 서까래가 그대로 보이는 ‘연등천장’을 두었다. ‘취송정’은 ‘푸른 소나무의 정자’라는 뜻으로,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1. 눈여겨볼 포인트는?

먼저 지붕을 보자. 취송정의 ‘팔작지붕’은 앞뒤에는 삼각형 모양이 보이고, 네 방향으로 지붕면이 펼쳐지는 형태다. 지붕 끝이 새의 날개처럼 살짝 올라가 있어 단정하면서도 당당한 느낌을 준다.

대문 가운데 지붕을 양옆보다 높게 올린 부분은 ‘솟을대문’이다. 말이나 가마가 드나들기 편하도록 높게 만들었으며, 집안의 격식도 나타냈다. 대문 양쪽으로 이어진 ‘행랑채’는 예전에 집안일을 돕는 사람이 머물거나 물건을 보관하던 공간이다.

돌담 아래 길게 파인 좁은 물길도 살펴볼 만하다. 이를 ‘해자형 배수시설’이라고 하는데, 비가 많이 올 때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밖으로 흘려보내는 작은 도랑이다. 성곽 주변의 해자처럼 건물을 둘러 물길을 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자연석을 다듬어 세운 주춧돌과 그 위의 8각기둥에서는 옛 목수와 석공의 정교한 솜씨도 확인할 수 있다.

  1. 문화적 가치와 우리가 취할 태도는?

취송정은 조선 후기의 건축기술과 선비문화, 한 문중의 생활사가 함께 남아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곳에서는 서둘러 지나치기보다 지붕과 기둥, 현판과 돌담에 깃든 세월을 천천히 살펴보자. 공간의 고요함과 옛 모습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둘러본다면 취송정의 가치가 더욱 깊이 다가올 것이다. 가까운 벌교도마교와 보성 벌교 홍교, 태백산맥문학관까지 함께 찾으면 벌교의 역사와 건축, 문학을 연결해 이해하는 뜻깊은 문화답사가 될 수 있습니다.